TM MAGAZINE 2026년 9월 8일
예보가 아니라 관측으로 움직이는 시대|말법을 살았던 잇펜 상인과 일본은행의 갈림길
선상강수대처럼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현상이 이어지는 여행에서 봐야 할 것은 예보가 아니라 관측이 되었다. 예상이나 예측이 무의미해진 것은 재정과 통화도 마찬가지다. 과연 일본은행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말법의 세상을 살았던 잇펜 상인이 머리를 스친다.
기후가 크게 요동치고 일교차가 자율신경의 소모를 재촉하는 백로(白露)를 맞았습니다. 이제부터 저도 서서히 겨울을 맞을 채비를 시작하지만, 요즘 일본의 여름은 거의 꼼짝할 수 없을 정도라서 조사 여행이 본격화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 열도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를 사이에 두고 세상은 크게 달라졌고, 우리의 생활에서도 AI가 온갖 곳에 실장되었습니다. 역병 시대 여행의 요령은 반나절도 같은 곳에 머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차에서 생활하며 전국 각지를 빠르게 돌았던 일이 그립게 떠오릅니다.
또한 미국 일강이라는 세계 질서의 붕괴, 그리고 그에 따른 이권의 귀속처를 둘러싼 쟁탈전. 일본으로 말하자면, 2010년대에 제2차 아베 정권이 파괴한 재정과 통화의 동시 붕괴가 남긴 청구서입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추락으로 쏟아져 내려가, 누구나 생존에 직결되는 사태를 맞이할 것입니다.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7년 전과 지금이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일이 늘었습니다. 특히 지방에서는 초고령화의 영향으로 사람이 사라졌음을 실감하게 되고, 황폐해진 지역이 많아졌으며, 예전에는 들어갈 수 있었던 신사조차 식물에 가로막혀 들어갈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토야마(里山)가 붕괴한 영향으로, 그전까지 산속에서 살던 곰과 멧돼지, 사슴 같은 동물들의 활동 범위가 극단적으로 넓어졌습니다. 특히 북동 도호쿠에서는 예전처럼 훌쩍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산속으로 들어가 탐색을 이어 가는 일도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직접 겪은 경험에서, 완전히 붕괴한 환경을 전제로 그때그때 판단을 내려 가는 것이 여행뿐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고 느낍니다. AI가 석 달에 한 번꼴로 업데이트되고, 그때마다 그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기능이 대체되는 광경을 보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석 달 뒤의 세계를 알 수 없다’는 미증유의 혼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온갖 예상과 예측은 이제 의미를 잃었습니다. 그 으뜸이 기상 예보입니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는 기상 예보를 대강 훑어보며 다음에 향할 곳을 설계했고, 태풍 등이 다가오면 그때마다 그것을 피하는 일정을 짰습니다. 하지만 선상강수대(線状降水帯)처럼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현상이 있고, 호우로 인한 재해로 불통이 된 지역도 속출하고 있기에, 여행 중에 보아야 할 것은 예보가 아니라 관측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기상 레이더를 보면서 움직이는 방식을 그때그때 판단해 나가는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동시에 장비도 모두 방수 사양으로 바꾸고, 배낭에 들어가는 물건 말고는 소유하지 않는 생활로 전환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여행의 모습은 여행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장비와, 무엇보다 이 사고방식이 없으면 여행도 일도 일상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서 지난 주말에는 회사 설립 준비를 마쳤습니다.
흥미롭게도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예상과 예측이 무의미해진 것은 기상만이 아닙니다. 그 으뜸이 재정과 통화입니다.
일본 시간으로 이번 주 9월 11일에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고, 이미 큰 폭의 증가가 보고된 미국 고용통계와 함께, 다음 주 9월 1516일에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열립니다. 그 직후인 1718일에는 일본은행의 회의가 있습니다.
이미 베센트 재무장관이 일본에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격렬한 압력을 가하고 있고, 동시에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서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향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애국자’라고 공공연히 견제했습니다. 그러나 8월 고용통계가 예상보다 크게 웃돈 영향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관측이 55%에서 65%로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일본의 주인인 미국 쪽에서 격렬한 쟁탈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뒤에 이루어질 일본은행의 발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일 금리차를 좁히고 싶은 미국과, 금리를 올리면 이자 지급 부담으로 국가 재정이 날아가고 금리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통화가 날아가는 일본.
마침내 우리의 모국은 자원에 그치지 않고, 국가 재정이라는 국민 생활의 근간이 되는 결정권마저 외국에 넘겨주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연 일본은행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일본은행은 나가타초와 워싱턴 중 어느 한쪽에 굴복하게 될까요. 어느 쪽이든 국민 생활은 착실히 파탄을 향해 갑니다.
이번에는 약 2주 동안 서일본 전체를 태평양 쪽에서 동해 쪽까지 빙 돌고, 거기서 세토 내해로 나와 간사이로 들어갑니다. 그 여행이 끝날 즈음이면 판결은 내려져 있겠지만, 그것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한 인물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가마쿠라 시대 중기, 사람들이 제정신을 잃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말법(末法)의 세상’. 그 한복판에서 이요국(伊豫國)에 태어난 잇펜(一遍) 상인이라는 승려입니다. 훗날 민예 운동(民藝運動)의 제창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는 “승려를 버리고, 절을 버리고, 속세를 버리고, 옷을 버리고, 음식을 버리고, 몸을 버리고, 마음을 버리고, 일체를 오직 하나뿐인 명호(名號, 나무아미타불)에 바쳤다”는 것이 잇펜의 삶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야나기는 “어느 시대에 있든 바로 그 시대가 말법의 세상이며 극악의 세상이다”라고 말하고, 사물을 갈라서(支離)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근원을 말(나무아미타불)로 나타내어 읊조림으로써, 모든 것에서 이어짐을 발견하고 불리(不離)에 이르며, 그로써 말법을 살아가는 자기 안에서 부처의 구제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잇펜은 절망의 세상에서 춤추며 염불을 외는 ‘춤 염불(踊り念仏)‘을 사람들과 함께 행하고, 광기라 할 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소유를 버린 인물입니다. 그리고 내일 9월 9일은 잇펜의 기일입니다. 불온한 공기와 사람들을 갉아먹는 절망은 과연 그 끝에서 빛을 보게 될까요. 아니면 ‘일본’과 ‘일본인’이 절멸하는 미래의 역사적인 한 걸음이 될까요.
마침내 전후가 끝나는 20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맹위는 이제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