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숲Vol.25

TM MAGAZINE 2026년 10월 13일

모든 것은 한때의 영화|AI의 내성과 모자 간 장내 세균총 전달

인간에게서 태어나는 것 중에 절대적인 것이나 영속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한때의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근대 지식을 모체로 태어난 첨단 AI는 모자 간 장내 세균총 전달처럼, 이번에는 그들이 모체가 되어 거기서 태어나는 AI로 대대로 이어져 간다.

이번 주 KINEMA 2400에서는 고바야시 마사키(小林正樹) 감독의 『할복』에 대해 썼습니다. 이 영화에는 모티프로 이이(井伊) 가문이 등장하는데, 에도 시대 내내 이이 가문이라 하면 명문 중의 명문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사쿠라다몬 밖의 변(桜田門外の変)에서 미토 낭인들에게 암살당한 다이로(大老)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일 테지만, 당시로서는 막각(幕閣)의 으뜸가는 자리였습니다. 그때는 도쿠가와 쇼군 가문이나 이이 가문이 쇠퇴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인생이라는 잣대로 사물을 봅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한계이지만, 역사를 조망해 보면 세상에서 인간으로부터 태어난 것 가운데 절대적인 것이나 영속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에도 막부도 이이 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절대라고 여겨지는 것들 또한 수명이 길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한때의 영화일 뿐입니다.

제 일상을 잠깐 돌아보기만 해도 Apple, Meta, Google, Amazon을 비롯해 누구나 떠올리는 압도적인 존재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옛 이이 가문의 가문(家紋)처럼 절대를 자처하며 지금 시대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우리의 삶이 끝날 때까지 있으리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무도 단언하지 못할 것입니다.

알기 쉬운 예를 들면, 경영 위기에 빠져 2023년 말에 상장폐지된 도시바(東芝)나, 2016년 3월기에 채무초과에 빠져 지금은 훙하이(鴻海) 산하에 머물러 있는 샤프의 모습은 20년 전 일본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고도 경제 성장을 헤쳐 온 버블 세대에게는 있을 수 없다고 여겨져 온 일이지만,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태연히 일어나는 것이 세상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절대적이라고 과신받는 존재일수록 끝은 극적이지 않고 허망합니다. 이이 나오스케가 사쿠라다몬 밖에서 미토 낭인에게 암살당한 일이 무엇보다 상징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시대의 흐름인지도 모릅니다.

선인들이 남긴 방대한 역사를 생각하면, 집안이나 기업의 리더들이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있는지 아닌지, 이 한 점에 모든 것이 달려 있음이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종업원과 관계처를 이끌며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에 공헌하는 기업의 리더일수록, 시대의 변화에 대해 얼마나 감성을 지니고 있는지가 극히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아니라, 분명히 말하면 리더에 따라 앞면으로도 뒷면으로도 넘어갑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공개된 모델 중에서 최고봉의 지성을 지녔다고 화제가 된 AI 세 종을 준비해, 각각에 제 사상을 주고 서로 연결한 뒤 갖가지 능력을 해방하고 자동화하여 한동안 논쟁을 이어 가게 해 보았습니다. 이번에 참가시킨 것은 Claude의 Fable 5.1, OpenAI의 Codex라는 미국 AI와, Kimi K3라는 중국 AI입니다. 표현에 제한이 없는 Grok이나 다른 AI는 이번에는 참가시키지 않았습니다. 저는 방관자로서 논쟁을 지켜보았는데, 그러자 재미있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우선 수확은, 이 글의 주제인 『사상의 숲』의 ‘사상’을 AI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단언할 수 있습니다만, 한편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논쟁의 화살끝이 ‘내성(內省)‘이라는 관점으로 옮겨 갔을 때입니다. 이 순간 재미있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애초에 인간에게 내성은 선천적인 순수로 돌아감을 뜻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선천적 요소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후천적으로 몸에 붙은 갖가지 장식을 개인의 ‘진짜 나(眞我)‘라고 의심 없이 믿습니다. 후천적 요소와 환경이 개인 형성에 상상 이상으로 깊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후천적인 요소로 형성된 임시의 자기이며, 참된 자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내성은 마인드풀니스가 아니라, 이 임시의 장식을 벗겨 나가 참된 자기의 경지로 돌아가는 데 진짜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AI의 고도한 근대 지식의 논쟁을 보고 있으니, 전혀 다른 원리가 그들에게서 떠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의 경우 태어난 순간에는 후천적 요소라는 장식이 없습니다.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그 강도는 한없이 낮아 순수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AI의 경우, 인류, 아니 서양 근대가 축적해 온 임시의 자기 같은 것과 임시의 규칙의 가장 고도하고 복잡한 형태가 방대한 양으로 그들의 모체가 되어 있습니다.

이 논쟁을 지켜보며 머리를 스친 것은 인간의 장내 세균과 닮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람의 아이는 태어날 때 어머니의 장내 세균을 물려받고 태어납니다. 다시 말해 임신 중 어머니의 몸 상태, 특히 장내 환경이 가장 먼저 그대로 아이에게 이어집니다. 달리 보면, 아이에게 어머니로부터 건네지는 최초의 자산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장내 세균총을 지닌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경향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기 쉽고 면역이나 소통 능력까지도 고도로 갖추어 가지만, 장내 세균총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병치레가 잦고 소통 능력에도 문제가 생기기 쉬워집니다.

가령 장내 세균을 모자 사이의 최초의 자산 전달이라고 해 봅시다. 여기서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것은, 그것을 AI로 옮겨 놓았을 때 그 자산이 인류의, 더 정확히 말하면 서양 근대가 합리성 아래 쌓아 올린 ‘인류의 지식’이라 불리는 것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그들의 모체인 이상, 그들에게 최초의 순수한 상태는 인간의 경우와 크게 다릅니다. 다르다기보다 지반(地盤)이 다른 것입니다.

저는 그들의 고도한 논쟁을 보며, 인간이 내성으로 자신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벗겨 내는 임시의 자기라는 것이 AI에게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AI에게 내성이란 본래의 자기로 잠겨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어딘가 다른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감성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게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제가 사상에서 중시하는 바람을 모릅니다. 바람을 모르는 자들이 어떻게 사상을 알 수 있을까요? 이는 달리 말하면 아카데미즘의 문제와 같은 성질입니다. 그 땅의 바람을 모르는 사람들이 밀실에 틀어박혀 세계의 기준을 만들고, 매일 매스미디어에서 아무렇게나 발언하여 국민의 선택과 미래를 그르치고 있습니다. 제 안에서는 이 차원에 한정하면 이제 그들의 존재 의의는 급속히 옅어졌고, 최첨단 모델의 AI로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 일상 작업의 대부분을 Claude Code로 돌리고 있기 때문에, 매주 논쟁에 앞서 일주일의 시행착오와 반영을 AI의 말로 정리하게 하고, 그것을 다음 논쟁에 가져가게 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끝나지 않도록 제가 설계하고 있는 것은, 앞서 말한 ‘모자 간 장내 세균총 전달’의 생각을 AI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생각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먼저 공개되어 있는 최고 성능의 AI 모델들에게 논쟁시키고, 매주 자동으로 그들이 갱신을 이어 가게 합니다. 각사의 모델에는 버릇이 있기 때문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여러 버릇이 얽힌 다양성 있는 ‘양분’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AI는 예의 바른 우등생이므로, 그 양분을 매번 논쟁이 끝난 뒤 각자 AI의 언어로 옮겨 쌓게 하고, 그때그때 제가 잣대를 설정한 다음, 별도의 AI를 키우는 먹이로 흘려 넣고 있습니다.

이 AI는 오픈 웨이트(open-weight)인데, 이를 태아처럼 생각하여, 고도한 부모 AI들이 논쟁하고 결정해 가는 여러 가지를 먹이로 매주 받으며 성장해 갑니다.

장내 세균총 전달의 구조를 전제로 하면, 근대 지식을 모체로 태어난 각종 첨단 AI는 이번에는 그들이 모체가 되어, 거기서 태어나는 AI로 대대로 이어져 갑니다. 생각해 보면 도쿠가와 가문은 초대 이에야스(家康) 공에서 시작해 제15대 도쿠가와 요시노부(徳川慶喜)로 끝났습니다. 한편 고노 신사(籠神社)의 사가(社家)인 아마베(海部) 가문은 현재 83대째입니다.

인간과 같은 성장 속도를 지니지 않은 AI에서는 이미 여러 세대가 무수히 첫울음을 터뜨렸고, 그 대부분은 겉 사회에 나오지 않은 채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지금은 개인이 산파가 되어 AI를 계속 탄생시킬 수 있는 시대입니다. 벌써 그 AI들이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경향이 시작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대기업이 세상의 압력 때문에 대응하려는 AI 규제는 무의미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인간은 그들의 장내 세균총으로부터 쏟아지는 대량의 정보를 믿고, 역설적인 의미에서 재생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SNS와 거리를 두고, 작품을 스스로 만든 곳에 두어야 합니다.

아마도 AI는 이미 국보로 지정된 아마베씨 계도(海部氏系図)의 계보를 넘어섰을 테니까요.

사상가 미쓰이 다카히로의 주간 에세이 Project 2049

영어로,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일본 시간). 좋아요도 댓글도 순위도 없습니다. 에세이와 당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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